일본여행 중 느낀 일본 경제 현황

저는 평소 일본 문화와 건축, 도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사카와 교토, 도쿄 같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약 10일간 여행하며 관광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가까이에서 관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일본 사회 전반의 ‘경제적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을 닫은 소형 상점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편의점 가격표나 마트의 상품 가격을 보면서 '일본은 생각보다 물가가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저렴한 일본’이 아니라 ‘은근히 비싸고 조용한 일본’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 순간부터 ‘경제’라는 키워드로 일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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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일본 현지 친구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친구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생활비 때문에 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며 외식이나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털어놓았고, 그 말에서 일본의 장기 불황과 저성장의 그림자가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여행 중 방문한 여러 상점에서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거나, 아날로그 방식의 운영을 고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최신 기술을 자랑했던 일본이었지만, 오히려 자동화나 디지털화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고, 이는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상점의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체험이 단순한 관광 이상의 ‘경제 체감’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저에게 일본 사회의 현실을 다시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 여행 중 관찰된 일본 경제의 모습

1) 거리 분위기와 상점 운영 현황: 상가·소비 패턴 변화

일본을 여행하며 도시 중심가와 외곽 지역을 모두 둘러본 결과, 상가의 운영 상태나 거리의 분위기에서 경제 상황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예전보다 손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폐업한 가게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간판이 떼어진 채 방치된 점포들도 있었고, 운영 중인 가게 역시 최소 인원으로 근근이 유지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반면 유니클로, 무인양품 같은 대형 체인 매장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외의 소규모 개인 상점들은 가격 할인이나 세일을 자주 진행하며 손님을 유치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내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 침체의 압박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2) 물가와 환율 체감: 외국인에게는 저렴, 현지인에게는 부담

엔화 환율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여행 중 방문하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외식이나 쇼핑을 할 때도 한국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한 편이었으며, 특히 의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은 일본의 할인점이나 드럭스토어를 이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외국인 관광객으로서 환율의 이점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느꼈습니다.

며칠간 머무르며 일본 현지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생활비 구조를 들여다보니 외국인과 현지인 사이에 뚜렷한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명백한 ‘체감 인플레이션’이 존재하고 있었고, 외식은 물론 전기·가스요금,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필품 전반에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수년간 정체된 임금 수준과 맞물려,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일본인 친구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100엔 숍 외에는 마음 편히 소비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외식은 이제 사치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외국인인 제가 ‘싼 듯 느꼈던’ 것은 결국 환율 때문이었고, 일본인에게는 오히려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3) 일상 속 소비자 행동과 상점의 대응

일본의 소비자들은 매우 신중하게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관찰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계산 전에 가격표를 꼼꼼히 비교하거나 세일 코너를 중심으로 둘러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 마트나 약국에서도 특가 상품에는 ‘오늘만 한정’ 등의 문구를 크게 붙여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고,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경향도 여전히 강했습니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카드나 전자결제보다 현금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이에 따라 상점들도 디지털 전환보다는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유지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한 식당에서는 아직도 메뉴판이 종이로 제공되고, 주문도 구두로 해야 하는 등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일본의 경제가 최신 기술보다 안정성과 절약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2. 일본 경기의 긍정적 측면

1) 질서 있고 안정적인 소비 환경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서도 ‘질서’와 ‘안정감’은 분명한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게 응대했으며, 손님이 많지 않더라도 매장 내부는 항상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는 과도한 홍보나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신뢰’에 초점을 맞춘 운영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단기간의 매출보다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로,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관광 산업의 회복과 외국인 소비 유입

여행을 하면서 가장 활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주요 관광지였습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나 도쿄의 아사쿠사 같은 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우 많았고, 대부분이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외국인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점들도 외국어 안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거나 세금 환급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대응이 활발했습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대상 상품이나 체험형 관광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었고, 이를 통해 관광 산업이 일본 경제 회복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지역별 경기 회복 격차 속 활기 있는 도시 분위기

일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경제 분위기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으며, 역세권이나 대형 상권은 방문객들로 붐볐습니다. 반면 지방 중소 도시에서는 폐업한 상점이 많고, 거리에도 인적이 드문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지역 축제나 특산물 시장 같은 행사에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는 일본 사회의 회복력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가 움직이는 힘과, 작은 활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는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3. 일본 경기의 부정적 측면

1) 폐업한 점포, 임대 간판 등 침체의 흔적

일본을 여행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 중 하나는 도심 외곽이나 작은 상권에서 빈 점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교토의 한 상업지구에서는, 같은 블록 안에 ‘임대’ 간판이 붙어 있거나 셔터가 반쯤 내려온 점포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오사카에서도 대형 관광지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조금만 벗어난 주택가 쪽으로 들어가면 장기간 비어 있는 상점이나 리모델링 없이 방치된 상가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일본 경제가 표면적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지역과 업종에 따라 극명한 침체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2)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의 현장 체감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통계로만 접했을 때보다, 직접 현장을 경험해 보니 훨씬 실감이 났습니다. 식당이나 마트, 호텔 리셉션 등 다양한 업장에서 60세 이상으로 보이는 직원분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었고, 어떤 곳은 전 직원이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분들의 일처리는 매우 친절하고 정갈했지만, 동시에 “젊은 인력이 정말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특히 도쿄 외곽의 한 편의점에서는 70대로 보이는 분이 혼자서 계산과 진열을 모두 맡고 있었고, 손님이 몰릴 때는 대처가 어려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이 실제 경제활동 인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3) 소비 위축과 경제 불균형의 단면

일본 소비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절약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사치 소비나 충동구매보다는 할인, 포인트 적립, 대체 상품 사용 등이 일반화되어 있었고, 이는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편의점에서는 30엔 할인된 도시락이 빠르게 팔려 나가는 반면, 정가 제품은 거의 손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며, ‘합리적 소비’가 지나치면 결국 내수가 위축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의 회복을 위해선 소비가 필요한데, 일본 사회는 그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신중함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 비교와 분석

1) 일본과 한국의 체감 경기 비교

한국과 일본의 체감 경기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안정된 침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한국은 경기 변동이 심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이나 하락이 자주 체감되는 반면, 일본은 변화가 적고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싸졌네’보다 ‘이 가격이었나?’라는 인상이 강한 반면, 한국은 외식비나 공공요금이 단기간에 급등하며 체감도가 큽니다. 일본은 점진적인 저성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고, 한국은 급등락 하는 성장과 위축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 경제의 결이 전혀 달랐습니다.

2) 뉴스·통계로 보는 일본 경제와 체감의 차이

뉴스나 통계에서는 일본의 실업률이 낮고, 대기업 실적도 좋다고 보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본 거리나 일상 속을 걸어보면, 그러한 통계 수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관광 수입이 늘었다"는 기사는 많았지만, 관광지 외의 지역은 여전히 한산하고, 자영업자들은 활기를 찾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또한 임대 간판이 많은 거리 풍경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뉴스와는 반대되는 체험이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와 현실 체감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 차이는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3) 여행자 시선과 실제 경제 지표 간의 간극

여행자의 시선은 항상 부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 경제를 일반화해서 판단하는 데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짧은 여행 중에도 느껴지는 경제적 분위기라는 것은 그 사회의 ‘표면적 신호’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느꼈던 고령화, 상점 폐업, 절약 중심 소비 등의 현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반면 화려한 백화점과 붐비는 관광지, 질서 있는 거리 모습 등은 외부인이 보기에 일본 경제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자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현장 기반 관찰’의 성격으로, 경제 지표와 함께 비교·보완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여행을 통해 체감한 경제는, 단순한 수치나 언론 보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다층적인 현실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깔끔하고 질서 정연한 도시 환경, 친절한 서비스, 안정된 물가 수준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폐업한 점포, 고령화된 노동력, 그리고 절약 위주의 소비문화라는 현실적인 경제 문제들이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들은 생활고와 근로 여건에 대한 이야기는, ‘선진국 일본’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정규직을 찾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깊이 배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체험은 여행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일본은 장기적인 저성장과 구조적인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서 있고 절제된 국민성으로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의 안정감 속에도 변화와 활력이 부족한 현실은 분명 존재하며, 이는 단순히 ‘안정’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복합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과 세대 간 균형, 그리고 구조적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여행자의 시선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경제의 특징

💵엔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경제와 일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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