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간 관세 협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산업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업은 한국의 대표적 수출 산업이자 첨단 기술력이 응축된 분야로, 이번 협상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산업 협력 모델입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쇠퇴한 조선업을 되살리려는 필요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맞물리며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한미 관세 협상과 마스가 프로젝트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25%의 높은 관세를 15%로 완화했습니다.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그중 1,500억 달러가 조선업 협력 패키지에 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경제적 교환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미국은 정치적 성과와 산업 재건을 동시에 노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보하고 군수 및 상업 선박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협상 카드라 할 수 있습니다.
2. 마스가 프로젝트의 정체와 상징성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 금융 지원, 기술 협력을 종합한 산업 패키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기지 구축이 아니라,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돕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시장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 보완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변형하여 프로젝트 명칭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의도함과 동시에, 한국 기업에게는 미국 내 산업 정책의 상징적 한 축으로 자리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3. 미국 조선업의 몰락 배경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리버티선을 대량 생산하며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존스법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제가 유지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더불어 고임금 구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미국 조선업을 비효율적인 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품질 경쟁력도 낮아지면서 선박 가격은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비쌌고, 이는 결국 시장 점유율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한때 강력했던 산업 기반은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비효율성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4. 미국 조선업의 현재 상황
현재 미국 조선업은 국제 경쟁력에서 사실상 소외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필리야드에서 생산되는 컨테이너선 한 척의 가격은 3억 달러를 초과하며, 이는 한국과 중국에서 건조되는 동급 선박의 두세 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가격 구조는 수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미국 조선업은 내수 중심 산업으로 축소되었습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선박 건조량은 세계 시장의 0.1% 수준에 머물렀으며, 기술적 역량 또한 글로벌 기준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은 미국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보여줍니다.
5. 미국의 위기감과 트럼프의 대응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미국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확대되면서, 미국은 해상 패권 유지를 위해 조선업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했으며, 그 결과가 바로 마스가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전략과 직결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산업 정책과 국방 전략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기술 유출 우려와 한국의 대응
일부에서는 한국 조선 기술이 미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조선업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해 단기간 내 한국의 기술을 완전히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조선업은 단순한 설계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숙련된 인력과 체계적인 공급망, 장기간 축적된 경험이 결합되어야 경쟁력이 발휘됩니다. 따라서 미국이 10년 안에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7. 향후 전략과 다극화의 필요성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 조선업은 미국 해군 유지·보수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군수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다극화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인도와 인도네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는 한국 조선업의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각적 협력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기반이 됩니다.
한미 관세 협상과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복합적 전략의 사례입니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의 재건을 목표로 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은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조선업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조선업은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다극화된 산업 협력망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국가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