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배달앱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일상 소비 구조를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외식 대신 배달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배달의민족(배민)은 시장 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중심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부상은 단순한 후발주자의 약진이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를 뒤흔드는 전략적 변곡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앞세운 쿠팡이츠는 소비자의 지갑과 시간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배민이 구축해온 독점적 지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1.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
한동안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사실상 독보적 존재로 평가받았습니다. 2010년대 초반 배달앱 시장이 형성될 당시, 배민은 브랜드 신뢰도, 광고 전략, 직관적인 UI, 그리고 빠른 배달망 확보를 통해 소비자와 점주 양쪽을 모두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익숙함’보다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단건 배달 시스템으로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기존 쿠팡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쇼핑·영상·배달이 결합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카드사 결제 데이터 기준으로 쿠팡이츠는 2024년 하반기부터 배민을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급증하며 쿠팡이츠는 명실상부한 1위 플랫폼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다운로드 수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실제로 ‘지속 이용하는 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2. 사용자 충성도와 DAU의 변화
배달앱의 경쟁력은 단순히 설치자 수나 신규 가입자 수에 있지 않습니다. 핵심은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 즉 매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충성 고객층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배민의 DAU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이용자들이 반복 이용을 줄이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쿠팡이츠는 DAU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속적 사용자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배달비나 앱 디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을 중심으로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사용자는 쇼핑, 영상 시청, 식사 주문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무료배달’이라는 직접적인 금전적 혜택을 체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가 플랫폼 내에서 머무는 시간과 결제 빈도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배민은 충성 고객이 감소하며, 브랜드 친숙도만으로는 더 이상 사용자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3. 쿠팡의 무제한 무료배달 전략
쿠팡이 시장을 흔든 핵심 요인은 무제한 무료배달 정책입니다. 2023년 3월,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이츠 무료배달’을 시행하며 배달앱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 전략은 단순히 “배달비 무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쿠팡은 이미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와우 회원 전용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었기에, 이츠를 여기에 추가함으로써 소비자의 체류 가치(LTV, Lifetime Value)를 극대화했습니다.
무료배달로 유입된 사용자는 곧 쿠팡의 쇼핑 고객이 되고, 다시 영상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순환형 소비 생태계’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이면에는 상당한 비용이 존재합니다. 쿠팡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독점력 확보가 더 큰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에 기반한 전략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아마존 프라임의 구독 모델과 유사합니다. 소비자는 한 번 가입하면 생활 전반이 해당 플랫폼에 종속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이는 곧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4. 배민의 대응 전략과 그 한계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민은 여러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우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배달로 전환하고, 최소 주문 금액이 없는 ‘한그릇 배달’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간단한 한 끼 식사나 소량 주문에도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 악화입니다. 배달비를 낮추거나 없애면 플랫폼이 부담하거나, 점주에게 일정 부분을 전가해야 합니다. 그 결과 자영업자들은 “매출은 늘지만, 순이익은 줄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 음식점의 경우 배민의 광고 및 수수료 정책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배민이 무료배달 경쟁에 참여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는 상승했지만, 자영업자의 피로도는 커진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5. 구독 경쟁: ‘배민클럽’의 등장과 비교
배민은 쿠팡 와우 멤버십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배민클럽’을 공식 출범했습니다.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 등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구독자 확보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쿠팡의 ‘통합형 구독 생태계’와 달리, 배민클럽은 외부 서비스 연동 중심의 느슨한 제휴 모델에 머물고 있습니다.
즉, 쿠팡이 이용자의 일상 전반을 장악했다면, 배민은 ‘음식 주문 중심의 혜택 강화’에 그쳤습니다.
또한 구독비 대비 실질 혜택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이어지며, 소비자 충성도 제고에는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배민이 향후 생존을 위해서는 단순한 할인 혜택을 넘어, 소비자 경험의 확장성과 플랫폼 간 연동성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6. 서울시 공공배달앱 ‘땡겨요’의 부상
민간 플랫폼 중심의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서울시 공공배달앱 ‘땡겨요’입니다.
‘땡겨요’는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공공서비스형 배달앱으로, 저렴한 수수료 구조와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수익을 높이고,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합니다.
특히 배민이나 쿠팡이츠와 달리, ‘땡겨요’는 공공성과 상생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서울시는 광고비를 없애고, 중개 수수료를 민간 앱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추어 소상공인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땡겨요’의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민간 플랫폼의 독점 구조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향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지역 기반 배달 플랫폼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7. 플랫폼 경쟁의 본질과 향후 전망
플랫폼 비즈니스는 한 번 우위를 확보하면 독점적 지위를 얻지만, 한 번 밀리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과거 ‘요기요’가 시장 점유율을 잃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배민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쿠팡이츠가 만들어낸 구독 생태계 중심의 경쟁 구조에서는 단순 배달앱 이상의 혁신 전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 싸움이 아닌, 서비스 품질, 데이터 활용 능력, 사용자 경험의 통합 수준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또한 쿠팡이 시장을 장악할수록, 독점적 지위 강화에 따른 수수료 인상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가 우려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공공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시장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쿠팡이츠의 급부상은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배달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료배달이라는 혜택 뒤에는 거대한 자본, 정교한 데이터 전략, 그리고 자영업자와 소비자 간의 이해 충돌이 존재합니다.
배민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으며, ‘땡겨요’는 공공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배달앱 시장은 가격보다 서비스의 질, 플랫폼의 책임, 소비자 신뢰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기업이 단기 점유율 경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상생 구조를 구축할 때, 배달 산업은 더욱 균형 잡힌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