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거리에서 공실의 거리로: 신촌 상권의 위기와 과제

신촌은 대학시절을 보낸 추억의 장소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향하던 거리였고, 친구들과 식사나 대화를 나누던 공간이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늘 찾던 곳, 일상의 일부였던 장소가 바로 신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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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신촌이 지금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익숙했던 가게들이 사라지고, 활기찼던 거리에는 빈 점포와 조용함이 남았습니다. 대학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던 공간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보며, 과거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리운 감정도 들지만 요즘은 쓸쓸한 풍경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아래에서는 지금 신촌이 겪고 있는 공실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신촌 상권의 쇠퇴 현황

한때 '젊음의 거리'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을 정도로 활력 넘치던 신촌 상권은 현재 '공실의 거리'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연세로 일대 상가의 약 25%가 비어 있다는 사실은 단지 통계 수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제로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잇달아 철수하며 그 현실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등은 한 세대의 기억 속에 자리한 공간들이었지만, 더 이상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2024년 7월에는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마저 조기 철수하였고, 이로 인해 연세로 대로변 4층 건물이 통째로 비게 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2. 공실 증가의 배경

신촌 상권의 공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진 주요 원인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이중 압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은 상가를 운영하거나 투자하기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부담이 커지는 한편, 동시에 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자재비와 운영비도 상승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창업을 계획했던 이들은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기존 상인들조차 점포 유지를 어렵게 느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누적되면서 신촌 지역의 상업 생태계는 점차 활력을 잃고 공실률은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신촌은 오랫동안 대학생 중심의 소비 기반 위에 형성된 특수한 상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 자체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의 보편화는 오프라인 상점의 매력을 약화시켰고, 기존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세대학교 인근 학생들조차 “요즘은 홍대 쪽이 더 힙해서 신촌은 잘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신촌 상권의 매력도가 감소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음식점 수는 380곳이나 줄었고, 화장품 매장의 수는 무려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대 소비자의 결제 비중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점은 그러한 변화를 수치로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상가 임대료의 비현실적인 수준입니다. 연세로 대로변 주요 상가의 월 임대료는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창업을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실제로 4년 이상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도 존재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는 월세를 크게 낮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임대료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인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지만,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월세를 10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낮춰도 많이 깎아준 셈”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합니다. 이러한 임대료 구조는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권 전반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촌·이대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6%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인 6.5%보다 무려 2.8배나 높은 수치이며, 전국 주요 상권 가운데 연신내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한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신촌 상권의 위기가 단순한 분위기나 체감상의 문제를 넘어서, 구조적인 위기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3. 상권 회복을 위한 노력과 과제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통해 신촌 상권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는 연세로 일대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여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보행자 중심 거리 조성이라는 미명 하에 자동차 접근이 차단되었던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상인들과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시범 해제 기간 동안 일부 상점에서는 매출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연세로에 유입되는 유동인구도 소폭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상권 회복을 위한 노력은 단지 도로 개방이라는 물리적 조치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입니다. “손님이 늘어나더라도 월세가 너무 높으면 감당할 수 없다”는 말처럼, 상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도 생존이 가능한 영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몇몇 상가는 기존보다 임대료를 50% 이상 낮춰서야 겨우 임차인을 찾을 수 있었고, 장기 공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요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 시장 구조 자체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주차 공간 부족 문제와 신촌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상권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접근하기 어렵고, 단순한 프랜차이즈 위주의 상권 구성으로 인해 지역만의 차별성과 개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갖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신촌 고유의 문화와 청년 정체성을 되살리는 로컬 콘텐츠 기획, 청년 창업 지원, 예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거리 활성화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신촌의 공실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 침체가 아닙니다. 이는 변화하는 도시 소비문화, 경제 구조, 그리고 청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집약적으로 반영된 사회적 이슈입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지역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도시 정책 차원에서의 일관된 방향 설정과 함께, 지역 주민과 상인, 창업자, 행정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신촌은 다시금 청춘이 웃고 걸을 수 있는 거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촌을 다녀온 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익숙했던 풍경은 낯설게 변해 있었고, 추억이 깃들었던 거리엔 빈 점포와 고요한 분위기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거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신촌을 지키려 애쓴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곳이 다시금 활기와 따뜻한 온기를 품은 거리로 되돌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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